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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메인 캐스트. 반가운 뉴스 두 가지는 올리버 아르노의 성인 루돌프가 드디어 자기 색깔을 찾았다는 것과 우마왕의 목청이 회복세라는 점.
1. 저번에는 너무 연약해서 존재감이 없던 올리버 아르노가 이제는 의도적 컨셉으로 연약함을 강화한 끝에 존재감을 획득했다. „오오, 저렇게나 연약한 루돌프는 처음봐“라는 게 내 소감. 굉장히 처연한 루돌프였다. 같은 연약과라도 루카스 루돌프가 섬세하고 지적인 반면 올리버의 루돌프는 감정적이었다. 루돌프 수를 지지하는 나도 이렇게나 철두철미 연약수 루돌프는 처음이다. 그림자에서 이렇게까지 리버스의 의지가 결여되어 있는 루돌프 역시 처음. 공드쿠르 이 월급 도둑놈아, 대체 얼마나 직무 유기를 했길래 애가 저리 큰거냐. 2. 한편 꼬마 루돌프는 가창력은 꼬마 루돌프들 중에서도 별 볼 일 없는 대신 연기파였다. „오오, 저 아해는 꼬마 루돌프 계의 알 파치노구나“ 가 내 소감. 3.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루돌프가(믿으라) 자기 색깔을 찾은 덕택에 베를린 엘리 캐스트의 수준이 확 올라갔다. 폭탄이 모두 제거된 안전 지대 오오. 4. 우마왕도 이대로는 내 목청 안되겠다고 경각심을 느낀 모양이다. 그간 날계란 몇 판을 깨먹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지난 번 봤을 때보다도 그리고 작년 드라큘라 공연 때보다도 목청 나아졌심. 아직 전성기 때만큼 완벽한 목청은 아니고 고음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있지만 적어도 목소리가 가뭄날 들판처럼 쩍쩍 갈라지진 않음. 5. 나보다 먼저 베를린 버전 피아 마님을 영접한 모 님 블로그에서 들은 피아 마님 음원에 대한 내 소감은 이랬다. „마님 씨씨는 나날이 회춘을 하는구나“와 „나 이 몸이 춤추실 때에서 이만큼이나 거만한 씨씨는 처음 들어본다“였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접한 피아 마님의 씨씨는 꽤나 표현적이었다. 내가 피아 마님의 씨씨에 대해 가진 인상은 주로 에쎈 캐스트 앨범에 기인하는 것으로 ‚내향적이고 스스로에게 거리를 둔다’였으나 베를린에서 실제로 접한 피아 씨씨는 그 때 그 때의 감정을 상당히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편이었다. 여백이 별로 없더라. 본래 피아 마님의 의도한 것은 이 표현적인 씨씨고 에쎈 캐스트 앨범 당시에는 아직 마님 내공이 덜 쌓여서 본의 아니게 마치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는 듯한 씨씨가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내 어미 오리는 에쎈 앨범이어서 이 베를린 버전 마님 씨씨가 좀 낯설긴 했다. 그러나 마님이 의도하는 씨씨가 내 입맛에 맞고 아니고를 떠나서 자신이 의도하는 캐릭터를 그려내는 마님의 기술적 표현력은 과연 짬밥이고 연륜이다 싶었다. 한밤의 조각배들을 들으면서는 ‚어떻게 저런 공허감을 노래로 표현해내는 게 가능할까’하고 감탄했심. 안네미케의 씨씨도 수준급이었으나 나이 먹은 씨씨의 표현은 다소 떨어진 반면 피아 마님 쪽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른 퀄리티를 유지했는데 이게 가능성 있는 젊은 배우와 가능성을 피워낸 고참 배우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음. 한편 마님의 나는 나만의 것은 완전 캔디 삘이었다. 마님이 연세가 들수록 소녀 연기는 일취월장하는 것 같다. 안네미케 씨씨를 본지 시간이 흘러 인상이 상당히 희미해졌기 때문에 그녀의 씨씨를 한 번 쯤 더 보고 피아 마님이랑 비교해보고 싶다. 오늘 피아 마님 공연을 보니 안네미케가 피아 마님을 완전히 베낀 건 아니고 뭔가 자기 색깔도 넣었던 거 같다. 6. 마쿠스 폴의 프란츠 요제프에 점점 정이 드는 중. 7. 모 님 블로그의 베를린 버전 피아 마님 씨씨와 우베 죽음의 이 몸이 춤추실 때 이중창을 들어본 내 소감은 „뭐야, 마님이랑 우마왕인데 뭐 이리 서로 안맞아?“였다. 마님 씨씨는 에쎈 때에 비해 꽤 변했는데 우마왕 쪽은 크게 변한 게 없고 두 사람이 사실 음색 자체는 다르다보니 꽤 불협으로 들렸거든. 오늘 직접 무대에서 몸연기까지 봐가면서 피아 마님과 우마왕을 보니 그래도 왜 두 사람이 콤비로 불리는지 알겠다. 타고난 음색은 여전히 서로 다른데 둘의 공력은 엇비슷하다. 무협식으로 말하자면 서로 다른 문파긴 한데 내공은 비슷한 고수 둘이 만났다고 해야하나. 우마왕은 피아 마님에게 안 밀리고 피아 마님은 우마왕에게 안 꿇리더라. 그리고 둘의 시각적 연기 호흡은 꽤 잘 맞았다. 저번의 안네미케 – 우마왕보다는 확실히 더 콤비 삘이 나는 게 우마왕이 안네미케보다는 피아 마님과 훨씬 오래 호흡을 맞춰왔음이 드러난다. 8. 내 기분 탓인지 우마왕 음색이 부드러워진 탓인지 우마왕의 파트너가 피아 마님으로 바뀐 탓인지 다른 이유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오늘의 우베 죽음과 저번의 우베 죽음은 느낌이 다르다. 오늘의 우베 죽음은 내게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상상하고 소원하는 반영 이미지처럼 보였다. 씨씨를 대할 때도 루돌프를 대할 때도 몹시 매끄럽고 능숙하고 파워풀하면서도 미묘하게 얄팍한 느낌이었다. ‚씨씨가 유혹당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죽음이 유혹하고 루돌프가 스스로 멸망에 이끌리고 있기 때문에 등을 떠밀어준다’는 식으로 인간 캐릭터들의 소원에 맞춰 기능하는 존재라고 할까.(램프의 요정 지니냐) 다른 말로 하자면 죽음이 인간 캐릭터들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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