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이 감독 주연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봤다.

1차 소감: 배우 인생 동안 서부극의 아이콘이나 다름 없이 살아오면서 이스트우드 옹이 내심 로버트 레드포드가 무지 부러우셨던 게지. 아마 레드포드 옹이 이 영화 보고 위협을 느껴 나온 게 호스 위스퍼러지 싶다. 초로의 배우 출신 남성 감독들의 로망은 이런 거였단 말인가. 레드포드 옹이 적지 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금발을 휘날리신다면 이스트우드 옹은 웃통을 벗어던져 승부하심.

여러 모로 호스 위스퍼러랑 비교가 되었는데 여주인공이 프리마 돈나 노릇 할 자리를 마련해주는데는 이스트우드 옹이 더 나았다. 하긴 메릴 스트립 마님을 모셔놨는데 그래야지. 전반적으로 호스 위스퍼러에 비해 여주인공의 존재감이 더 잘 부각되었심.

굉장히 여주의 감정선이 섬세한 여성 취향의 멜로물을 초로의 액션 배우 출신 남자 감독이 만들어냈다는 게 재미있음. 이거 원작 소설도 아마 남자가 썼지? 이야기를 만든 건 분명히 남자들이고 감독이 직접 연기까지 했건만 로버트는 프란체스카만큼 캐릭터가 잘 구현되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너무 선수삘이 나. -.- 여자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딱딱 잡아서 공략하고 있는데 실제 저런 스킬 가진 남자가 존재한다면 아마 프란체스카랑 불장난 끝나고 얼마 안가 새 여자 낚았을걸. 절대 천연 그대로의 남자란 생물은 저런 스킬 구사못하지. 여자 몇을 거치면서 훈육된거야, 저건. 실제 현실 세계의 보통 남자들은 어떤가하면 프란체스카의 남편처럼 마누라가 울고 있으면 “어, 왜 울어? 무슨 일이야?”하고 묻고는 그녀가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못 깨닫는다구.

2차 소감: 사랑이란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일격이 아니라 본인이 자초하는 인재다. 인연이란 사람이 만드는 거다. 영화 전반부 내내 프란체스카를 보며 “저 아주머니가 정신줄을 완전히 놨구만, 쯧쯧” 싶었다. 길 설명을 못하겠으면 약도 그려 가르쳐주면 그만이지 외간 남자 혼자 모는 트럭은 왜 따라 타고간거유? 그리고 남편도 없는 집에 웬 아이스 티 핑계로 외간 남자를 끌어들인 거유? 그리고 저녁 먹고 가라 붙드는 건 뭔데? 전반부 내내 ‘난 남편으로는 모자라요. 새 남자의 자극이 필요해요’ 아우라를 팍팍 풍겨대는 아주머니를 보며 저 아주머니, 로버트 안만났더라도 조만간 어떤 남자 상대로든 불륜 한 건 저질렀겠군 -_- 싶더라. 저런 타입이 짜증나는 게 뭐냐면 스스로를 속이고 있기 때문에 정말 상대 남자랑 육체 관계 갖기 전까지는 자기가 불륜 중이라는 사실도 인정 안한다는 거. 로버트가 ‘우린 당신 자식들에게 말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저지르지 않았다’ 운운할 때 팍 뿜겼던 게 이봐요, 당신들 감정적으로는 이미 즐길 거 다 즐겼거든요? 키스와 육체 관계 이전에도 이미 둘이서 홍콩을 열 몇 번을 갔다온 주제에 무슨. 차라리 그들이 육체 관계를 맺은 후가 그 전의 정신적 불륜 단계보다 더 보기 편했는데 이유는 ‘명백하게 선을 넘어버렸으니 저들도 이제는 위선을 못 떨겠구나’ 싶어서. 정말이지 차라리 ‘나 남편 속이는 거 맞아. 남편한테 신의 지킬 생각 없어’하고 똑똑히 자각하면서 저지르는 확신범들이 낫지 저렇게 스스로 자초해놓고서도 ‘엄훠나, 난 어쩔 수 없었어’하는 타입들은 무지 재수 없다는.

불륜이 아니더라도 연애는 다 스스로 만들어낸 인연 맞다. 본인이 연애할 마음 없고 사랑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시에는 아무리 대단한 이성이 들이대도 무반응하게 되어있다. 반면 막 연애가 하고 싶고 마음이 열려 있을 때는 예전이라면 거들떠 보지 않았을 이성에게서도 막 장점과 매력이 보이는 법이고.
by 하일트 | 2008/04/17 17:58 | 기타감상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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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티타니아 at 2008/04/17 23:55
연애란건 하든 안하든 눈에 뭐가 씌여있다는건 똑같은거로군요....
Commented by 하일트 at 2008/04/25 22:16
일단 눈에 뭐가 씌어서 연애 준비 완료 상태면 상대가 누가 되었든 연애는 그냥 하게 되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seni at 2008/04/28 10:38
사랑이란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일격이 아니라 스스로 자초하는
인재라는 그 말, 방금 무릎을 탁 쳤습니다!(공감 백배 중)
Commented by liesu at 2008/07/19 00:26
흥미로운 후기네요. 방금 영화 봤는데,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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