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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 4월의 스위스 장트 갈렌에서 있었던 레 미즈 공연 음원을 들었다. 주신 모 님이 아무런 코멘트 없이 그냥 주시길래 아무 생각 없이 들었다가 공연이 너무 훌륭해서 놀랐다. 역시 레 미즈는 발장의 뮤지컬이다. 발장이 갈리니까 공연 퀄이 확 뛰더라.
병가로 공연을 그만 둔 오스카 블뤼 대신 베를린에서 발장을 연기했던 올렉 빈닉이 발장을 맡고 있는데 베를린 때에 비해 연기가 한참 업그레이드 되었다. 베를린 시절의 올렉 발장이 좋은 부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젊은 발장이구나’ 싶었던 게 장면마다 연기 퀄리티가 들쭉날쭉이라는 사실이었다. 베를린 공연 3 년 후에 연기하는 장트 갈렌 무대에서는 드디어 처음부터 끝까지 죽 고른 퀄리티의 연기를 보여줄 뿐더러 특유의 해석도 더 깊어졌다. 얘 좀 집에 보내에서 마침내 고유의 색깔을 보이는데 해석이 내가 들어본 기타 발장들과는 확 틀리다. 이 발장은 지가 배 아파서 마리위스 낳은 거 같다. 장래 사위감이 아니라 자기가 낳은 자식 목숨이 백척간두인 걸 보는 분위기더라. 혹시 마리위스가 발장의 숨겨놓은 아들이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 마리위스, 어쩌면 너는 퐁메르시 남작의 아들이 아니라 빵집 강도의 사생아일지도 모른다.(…) 베를린 공연 음원을 들었을 때 소감은 ‘1막 도입부가 가장 마음에 드는 발장’이었으나 장트 갈렌 공연으로 올렉 발장은 드디어 내 어미 오리인 컴플릿 앨범의 게리 발장을 제치고 총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발장’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젠 독일어권 말고 국제적으로도 통하겠다. 공연이 시작한 후에도 주인공 역 배우를 갈아버리는 장트 갈렌 극장 캐스트 담당자의 호연지기에 감복했다. 재미있는 건 올렉의 죽음과 발장은 서로 느낌이 상당히 다른데 죽음보다는 발장이 더 이 배우의 본래 페르소나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죽음을 연기할 때보다 발장으로서 더 경쟁력과 퀄리티가 높다. 죽음 역보다는 발장 역이 더 국제적으로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은데도 말이지. 레 미제라블이 본래는 되게 신파스러운 얘기잖아. 그 밑바닥스러움과 단순하되 강렬한 감정을 무척 잘 잡아낸다. 다른 발장들은 올렉에 비하면 지나치게 깔끔을 떨고 지나치게 감정을 사리는데 이 캐릭터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곤란하지. 발장 역이 중심을 잡아주니 주변 배우들도 더 잘 귀에 들어온다. 오스카 블뤼 버전 때도 마티아스의 자베르나 삼촌의 마리위스는 좋았지만 발장이 별 볼 일 없는데 자베르가 잘하면 뭔가 좀 이상하잖아. 차라리 다 같이 못하든가.(…) 마티아스의 자베르는 그 사이 대천사도가 더 높아졌다. 눈가리고 한 손에 저울 들고 서 있으면 되게 잘 어울릴 거 같다. 내가 생각하는 자베르 이미지랑은 영판 달라서 당혹스럽기도 하지만(마티아스의 자베르는 강박증적인 구석은 전혀 없다) ‘이건 자베르가 아니다’라고 세뇌하면서 들으면 그 고결한 이미지는 참 좋다. 삼촌 마리위스도 제 몫을 하고. 아울러 파리 장면 시작할 때 가브로쉬의 카리스마도 더 높아졌다. ABC 카페의 청년들은 모두 가브로쉬의 지도 아래 혁명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어쩐지 가브로쉬가 전사하니까 혁명군이 와해되더라니. 발장과 자베르가 모두 떼어놓고 보면 잘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컨프런테이션은 별로였다. 녹음한 사람의 객석 음향 문제인 건지 아니면 배우들이 서로 호흡을 맞춘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모르겠으나 훌륭한 발장과 괜찮은 자베르가 만나 시원찮은 컨프런테이션을 불러 난감했다. 공연 후반에는 부디 이 곡도 훌륭해졌기를 바란다. 한편 팡틴 역의 카롤린 V(이 언니 성 어떻게 읽는지 모른다)에 대해서는 좋은 말을 못해주겠다. 내가 이 배우를 접한 건 모차르트!와 와일드혼의 드라큘라, 레 미제라블 이렇게 세 작품을 통해서인데 팡틴까지 듣고나니 확실해졌다. 이 배우에게는 관객을 흔들만한 에너지가 결여되어 있다. 나름 10 년 넘게 프로로 무대 생활한 사람이라 연기의 기술적인 면은 다져져 있고 본인도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에너지 결여가 더 귀에 뜨인다. 10 년 넘게 프로로 일했는데도 결정적인 한 방이 모자란다면 그건 원래 못가진 거지. 원래는 배우 못할 사람이다, 이 사람. 솔직히 말할게. 난 당신이 드라큘라에서 루시를 부를 때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_- 하지만 모차르트!의 청순한 난네를 역은 괜찮았기 때문에 역을 잘못 만난 거려니 했는데 난네를 때가 운이 좋아 잘 맞았던 거구나. 레 미즈 감상이지만 드라조나 동인녀로서 말하자면 독일어권에서 올린 와일드혼의 드라큘라 공연은 왜 이리 여배우들이 후진 거냐. ACE도 에너지 모자라고 연기 달려, Lyn은 아예 독일어 연기 자체가 안돼, 카롤린도 뱀프스러움은 약에 쓰려고 해도 없어, 아놔…아예 폭탄들이면 처음부터 씹었을텐데 참 애매한 실력들이라(Lyn은 독일어 연기가 안되는 대신 가창력 기본은 갖췄고 ACE는 연기도 노래도 15% 정도 미진한 느낌을 남기나 15%란 참으로 애매한 수치며 카롤린도 가창력 꽝은 아니라서 뱀프나 처절 미혼모 말고 청순 소녀 정도는 괜찮게 해낸다) 씹을지 말지 오래 헷갈렸다. 마음 같아서는 장트 갈렌 레 미즈 4월 공연 일부를 올려 “동네 사람들, 이 발장과 자베르 좀 들어보소~”하고 싶으나…파일 하나가 한 막이다. -_-;; 이걸 다 올릴 순 없지. 근데 기업가 출신으로 시장이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접하고 있노라니 차기 대통령이 떠올라서 미치겠다. 범법 경험 있는 것도 둘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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