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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런던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캐릭터 성격이 잘 안느껴진다고 썼는데 정정, 듣다 보니까 이 쪽도 감이 온다. 아직은 로미오 뿐이지만.
로미오와 관련해서 런던판 하일라이트의 특이한 점이 뭐냐면 나 쫄았어 송이 빠진 대신 로미오의 죽음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뮤지컬 로미오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노래이자 원작 로미오와 가장 큰 차이점을 보여주는 노래가 빠진 셈이다.(실제 공연에서는 들어갔는지의 여부는 모르겠음) 이건 셰익스피어의 조국에서 생산한 물건이라 그런 걸까. 프랑스 판의 허무주의적인 죽음에의 동경은 런던판 하일라이트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이 로미오는 우리가 로미오와 줄리엣, 하면 떠올리는 전설적인 연인, 사랑에 눈 먼 청년엔 가장 가깝다. 내가 들어본 로미오들 중에서는 가장 정상적인 연인이다. 그 ‘연인스러움’이 확 드러나는 건 로미오의 죽음 장면. 죽음이 오히려 해방처럼 느껴지던 다미앵과도 다르고 조금씩 슬픔을 흘려가며 서서히 죽어가던 루카스 로미오와도 다르다. 런던판 로미오는 연인을 잃은 상실감과 비탄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연인의 시신을 본 남자가 가장 일반적으로 보일 법한 반응이다. 난 로미오가 연인의 전형을 보여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죽음이 아닌 사랑의 지배를 받는 이 로미오가 마음에 든다. …그러나 이 로미오의 죽음 장면 연기에 몰입해서 감상하다가 마지막 문장 “I’ll be with you soon and dance on the moon beyond the stars”에서는 배 잡고 한 바퀴 굴렀다. 달님 위에서 같이 춤 추잰다. 저 soon 과 moon 이 나름대로 운율을 맞추기 위한 작사가의 노력이었기 때문에 더욱 웃긴다. 더군다나 로미오가 God knows why it’s over 구절을 부를 때 흐르는 노래방 반주는 거의 브레히트 식의 소격 효과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런던판은 전반적으로 뮤지컬의 한계에 대한 실험 같다. 뮤지컬을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 즉 대본과 반주와 배우와 연출 등등을 하나씩 제거해가면서 과연 뮤지컬이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나 생명력을 테스트하는 거다. 몹시 수치스러운 퀄리티의 가사를 배우들로 하여금 부르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까지 연기력이 대본의 안티질을 커버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마치 “얘 노래 듣지 말아요, 훠이 훠이~”하는 듯한 반주를 곁들임으로써 관객의 몰입력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거지. 실험의 또다른 축은 앙상블이다. 결투송에서 앙상블이 청소하던 아주머니들을 불러온 것 같다고 썼는데 다시 들어보니까 캐츠 팀에서 빌려온 것 같다. 담벼락에서 도둑 괭이들이 아래 치고받는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냐옹냐옹 거린다. 마테가 마지막 춤 부를 때 저 앙상블이 뒤에서 추임새 넣으면 매우 훌륭할 것 같다. 다시 로미오 얘기로 돌아가자면 이 로미오는 기본 컨셉은 꽤 연인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정작 줄리엣과의 닭살 씬은 밋밋해서 안습이다. 제목이 로미오와 줄리엣인데 음반에서 제일 김빠지고 싱거운 노래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부르는 것들이라면 어쩌라고. 빈 판을 들으면서 루카스와 마르얀도 아주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둘의 호흡이 런던판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는 낫지 싶다. 빈 판에서는 그래도 둘이 연애중이라는 느낌은 났거든. 원래 로미오와 줄리엣 하일라이트 판에서는 줄리엣이 죽음 장면 빼면 내내 달달 러브 송만 불러대기 일쑤라서 줄리엣의 기량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덕택에 세실리아가 얼마나 연기를 못하는지도 한동안 눈치 못챌 수 있었음) 런던판 줄리엣은 별로 좋은 줄리엣이 아닌 것 같다. 세실리아처럼 확 귀에 붙는 예쁜 목소리도 아니면서 연기도 특출난 구석이 없다. 죽음 장면도 상당히 인상이 희미하다. 반면 로미오가 신부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All for love 나 머큐쇼와 벤볼리오에게 다굴당하는 장면은 꽤 역동적으로 분위기가 잘 산다. 들으면서 이 로미오가 이렇게 긴장된 대화 장면에 강한가 하는 생각도 했다. 거리에 얘기 좍 퍼졌어 송에서 머큐쇼, 벤볼리오, 로미오 셋의 호흡도 좋다. 둘이 다그치고 로미오가 반발하면서 셋 다 답답해 죽는 분위기가 잘 전달된다. 가사 변형으로 인한 캐릭터 변모에 대한 불만을 접어두자면 유모와 줄리엣 아버지 역의 가수들도 훌륭한 편이고 티볼트도 좋다. 다만 벤볼리오는 약하고 베로나에서의 영주와 증오에서의 두 마님은 별 볼 일 없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막 들쭉날쭉한 음반이다. 귀로만 듣기에는 가장 괴한 로미오와 줄리엣 판본이 아닐까 싶다. 라이브 전곡 2CD 내준다면 살 용의 있다. 안되면 실황 부틀렉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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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염치없지만 한번 댓..
by 행운 at 12/30 우앗. 염치없이 저도 살.. by 레미 at 12/30 비로그인이지만 저도 응.. by 알렉 at 12/30 저도요~ 예약은 한 번밖.. by 윈드라이더 at 12/29 나도 그 글에 답글 달긴 .. by 올썬데 at 12/29 비루하지만 저도 손 들.. by 에리 at 12/29 글은 아주 미미하게 적.. by 모드 at 12/29 흠...저도 슬그머니 .. by 클라레 at 12/29 ㅎㅎㅎ 저도 경쟁률 높이.. by 당근 at 12/29 우왕~ 딱히 목소리는 .. by 고타니 at 12/29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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