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zival<14>
13회에서 계속. 1편은 여기로.

시종들이 달려와 손님이 이러저러한 난해한 차림새더라고 보고하자 엔간해서는 남에게 함부로 험한 말 하지 않는 구르네만츠 성주는 이렇게 대답했다.

„음…아마 손님의 여친 취향이 반영된 거겠지.“

„여친이라니요, 아무리 손님의 원판이 좀 된다 하더라도 그 따위 차림새로 돌아다녀서는 여친 따위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호기심이 동해 손님이 여장을 풀고 있는 곳으로 간 구르네만츠는 파르치팔의 몸에 상처가 난 걸 보고(이터가 밀치는 바람에 생긴 상처였다) 직접 붕대로 싸매주고 푸짐한 식탁으로 안내하는 등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개념 없는 파르치팔마저도 성주가 침실까지 자기를 졸졸 따라와 옷벗는 데 옆에서 빤히 지켜보다가 직접 이불 덮어주고 간 건 왠지 달갑지 않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워낙 피곤하고 일이 많았던 하루여서 금세 곯아떨어졌다.

다음날 해가 뜬 후까지 파르치팔은 푹 잤다. 옆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깨지 않았다면 더 오래 잤을지도 모른다. 눈을 비비던 손을 떼자 구르네만츠의 명령으로 대령된 장미 꽃잎이 둥둥 띄워진 욕조가 침대 앞에 보였다.(그렇다, 아메리칸 뷰티의 바로 그 욕조 말이다. 아니, 구르네만츠 씨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더 이상은 말을 안하겠다)

파르치팔이 그 안에 퐁당 들어가 앉아있자니(이 바보도 그게 마시라고 갖다놓은 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시녀들이 줄지어 방 안으로 들어와 그를 씻겨주기 시작했다. 자기들끼리야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였던 시녀들은 거의 인형놀이 하는 기분으로 이 꽃돌이를 굴리며 신나게 수다를 떨었고 어지간한 파르치팔도 이번만은 부끄러움을 타서 필살기인 „신이 누나들을 지켜주길, 이렇게 인사하라고 우리 엄마가 시켰어요“도 써먹어보지 못한채 얌전히 앉아있었다. 해가 뜬 후라도 실내는 어두컴컴한 법이었으나 볼프람은 이렇게 기술한다.

ez dorfte in dunken niht ze vruo:
이른 시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wan von in schein der ander tac.
아름다운 시녀들로부터 낮과 같은 빛이 흘러나왔기에.(중세의 아름다움은 빛과 상통한다는 점을 다시 기억합시다. 2편참조)
der glast alsus en strîte lac,
낮의 빛과 여인들의 빛은 서로 휘황찬란함을 다투었으나
sîn varwe laschte beidiu lieht:
파르치팔의 아름다움은 양쪽 모두를 압도하였도다.
des was sîn lîp versûmet niht.
그의 자태는 그늘지지 않았음이라.
man bôt ein badelachen dar:
몸을 닦을 천을 건네주었으나
des nam er vil cleine war.
그는 받지 않았다.
sus kunde er sich bî vrouwen schemen,
고귀한 여인들 곁에서 부끄러움을 느꼈기에
vor in wolt erz niht umbe nemen.
그네들 앞에서는 자세를 바꾸려 들지 않았고
die juncvrouwen muosen gên:
시녀들은 물러나야 했노라.
sine torsten dâ niht langer stên.
그녀들이 더 오래 머무는 것은 걸맞지 않은 일이었으니.
ich waen si gerne heten gesehen,
그러나 나는 그녀들이 거기 더 오래 남아
ob im dort unde iht waere geschehen.
그의 아래 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고 싶어했으리라 믿네.
wîpheit vert mit triuwen:
여자다움이란 triuwe와 함께 하는 법.
si kann vriundes kumber riuwen.
친구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땐 걱정해줄 줄 안다네.

다음회에 계속.
by 하일트 | 2005/03/08 04:25 | 주전공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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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iva at 2005/03/08 12:45
선생님. 아래쪽에서 벌어진 일하고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걱정해주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
Commented by 하일트 at 2005/03/09 07:23
그것은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이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 블로그에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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