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포스팅하려던 건 따로 있었어. 내가 블로그 떠나 마이너폴리스에 처박혀 있는 동안 진짜 모차르트가 쓴 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빨았거든. 우리 오빠한테 낚인 것도 원래는 돈 지오반니 덕질을 해볼까 해서 돈 지오반니 자료들을 찾아보다 우리 오빠가 걸려들었는데 헐 뭐야 노래 존나 못하고 연기도 이상해하고 까면서 근데 존나 이쁘다하고 빨다가 까다 빨다 까다 빨다하다 뇌가 이상해져서 낚인 거야. 그래서 돈 지오반니 관련해서 할 말이 좀 많아. 근데 그 얘길 하려다 엠팍 불펜에서 내 안의 뮤덕을 깨우는 글을 봐서 요 며칠 추억 여행 한 거. 다시 원래 버닝으로 돌아가야지.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이 오페라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텐데 일단 머글에게 맞춰 써볼게. 예전에 우리 오빠 입덕 경로에서 얘기했듯 돈 지오반니는 이탈리아식 이름이고 원래 스페인 본토 발음으로는 돈 후안, 전설적인 바람둥이야. 얘한테는 레포렐로라는 이름의 따까리가 하나 붙어있고. 예전에 마이너폴리스에 올렸던 영업글을 발췌복붙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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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지오반니가 어떤 인간인지 가장 잘 묘사해주는 곡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돈 지오반니 본인이 아니라 그의 하인 레포렐로가 부릅니다. 돈 지오반니가 한 때 데리고 놀다 버린 여자들 중 돈나 엘비라가 있습니다. 돈나는 스페인 어로 여성에게 붙는 경칭이니까 원래 이름은 엘비라고요, 하여간 돈나 엘비라는 돈 지오반니의 구여친인데 아직 자신이 구여친이 되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지부조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돈 지오반니에 대한 애증에 불타고 있는데 사실 애증이라는 게 아직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튄 돈 지오반니를 증오하면서도 그를 찾아 다시 만나면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도 있을 거라는 미련한 희망을 품고 있어요. 그녀는 돈 지오반니가 단지 평범한 똥차인 줄 알아서 잘 수리하면 타고 다닐만 할 거라고 믿죠. "그 새끼는 개새끼지만 어쨌거나 내 개야"라는 게 돈나 엘비라의 입장이에요.
하지만 진짜 비참한 사실은 뭐냐면요, 정작 다시 만났을 때 돈 지오반니는 돈나 엘비라가 자신이 옛날에 버렸던 여자인 줄도 못 알아보고 그녀를 꼬시려 들어요. 그도 그럴 것이 돈 지오반니에게 돈나 엘비라는 자신이 상대한 네 자리 수(!)의 여자들 중 하나일 뿐이어서 얼굴이고 뭐고 다 기억 속에서 사라졌거든요. 차라리 돈 지오반니가 그녀를 보자마자 찔려하며 도망쳤으면 덜 비참했으련만 그녀의 존재 자체를 까먹은 돈 지오반니는 그녀에게 새로 껄떡대다 돈나 엘비라가 분노를 표출하며 욕질을 하니 그제야 시발 좆됐다고 깨닫습니다.
돈 지오반니는 시다바리 레포렐로에게 곤란한 구여친의 뒷처리를 맡기고 튑니다. 그리고 레포레로는 이 순진한 여자의 헛된 꿈을 깨주기 위해 주인의 정체를 폭로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일명 '카탈로그의 노래'라 불리는 노래입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는 말은 바람둥이 행각에도 적용됩니다. 비록 여자들의 얼굴은 기억도 못하지만 자신이 여자들을 이마아아아안큼이나 따먹었다는 수치적 진실만은 남기고 싶었던 그는 레포렐로에게 그 여자들을 카탈로그화 하여 명단을 적어두라고 명했더랬습니다. 레포렐로는 바로 그 명단이 적힌 책을 들고 돈나 엘비라에게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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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클립에서 레포렐로 역을 연기하는 베이스바리톤은 바로 내가 그 동안 올린 돈 카를로 클립들에서 펠리페를 연기하신 푸를라네토 옹이셔. 펠리페 때랑은 느낌이 퍽 다르지?ㅋㅋㅋㅋㅋ 마이너폴리스에 썼던 글 이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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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이제 돈 지오반니가 어떤 인간인지 아시겠죠. 남자가 양다리, 세 다리, 혹은 문어 다리 정도를 걸치면 그건 평범한 개새끼에 똥차입니다. 하지만 돈 지오반니처럼 여자의 인종과 나이와 종교와 국적과 계급과 재산과 정치색과 사상적 빛깔과 집안과 심지어 외모마저도 개의치않고 평등하게 껄떡대면 그건 장인 정신이고 평범함을 거부하는 대안적 삶의 방식이며 이 시대의 마지막 페미니스트이자 전인류의 절반을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입니다.(...) 예수나 석가모니의 절반 쯤은 되는 위인임. 아무리 못생긴 여자라도 껄떡대고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한 번 자는 데 성공했으면 버리는 공명정대한 남자기도 하고요.
옛말에 사람을 하나 죽이면 살인자지만 무수히 죽이면 영웅이 된다고 했죠. 다시 말하지만 양다리, 세다리, 문어다리까지는 개새끼지만요 돈 지오반니 쯤 되면 그건 걔가 원래 그리 생겨먹은 거고 일종의 자연재해같은 거라서 여자가 알아서 피하는 게 낫습니다. 밀려오는 쓰나미 앞에서 "너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인간들에게 이리 큰 피해를 입히느냐?"라고 규탄해봤자 아무 소용 없고 도망가는 게 상책인 거랑 같은 원리임. 욕 해 봤자 입만 아픔.
'카탈로그의 노래'는 레포렐로의 독창이지만요, 돈나 엘비라 역 가수의 리액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돈나 엘비라는 처음에는 레포렐로의 말을 믿기 싫어하다가 그래도 자기 눈으로 확인은 해봐야겠다고 반신반의하며 직접 명단을 확인하고 마침내 내가 만난 게 실은 한낱 똥차가 아니라 자연재해였구나 하고 정줄을 놓습니다. 요 믿기 싫음 -> 반신반의 -> 멘붕의 타이밍과 표현이 돈나 엘비라 역 가수들마다 조금씩 달라서 비교하는 맛이 있죠. 노래는 레포렐로 혼자 부르지만 그 노래에 돈나 엘비라가 적절히 반응을 보여야 노래의 효과가 더 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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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카탈로그의 노래에서 "치마를 걸쳤기만 하면 제 주인님이 무엇을 하시는지는 아씨도 잘 아시겠지요"라는 가사를 부르며 레포렐로가 주인의 여자였던 돈나 엘비라를 추행하는 게 보이지? 일반적인 카탈로그의 노래 연출에서는 다 저 대목에서 레포렐로가 돈나 엘비라를 추행해. 수위와 동작은 프로덕션마다 세세하게 달라지지만. 저 장면에서 레포렐로는 돈 지오반니에게 빙의하는 거야. 본래 신분이 낮은 레포렐로는 돈나라는 경칭이 붙는 엘비라를 감히 넘볼 처지가 못 돼. 하지만 저 노래를 부르면서 마치 자신이 주인인 양 지오반니에게 빙의한 레포렐로는 잠시나나 엘비라에게 남자로서의 권력을 발휘해. 저 찰나의 순간 신분은 사라지고 젠더만 남은 거지.
'빙의'는 지오반니와 레포렐로의 주종 관계의 중요한 키워드야. 돈 지오반니는 다 가진 알파 메일이야. 얜 귀족이고 돈도 많고 정력도 끝내주고 네 자리의 수의 여자들을 후렸으며 아무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워. 남자의 로망이지. 반면 하인인 레포렐로는 베타 메일이나 감마 메일도 못 되고 저 알파벳 중후반 어디께쯤 자리한 메일이야. 얜 신분도 낮고 돈도 없고 잘 나가는 주인의 뒤치닥거리나 하는 신세고 남자로서 매력도 별 볼 일 없고 여자운도 그냥 그래. 주인이 워낙 잘 나가니까 상대적으로 자기가 더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 그리고 얘도 자기 주인이 나쁜 놈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아. 지오반니는 바람만 피우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 와중에 사람도 죽이고 사기도 치고 온갖 나쁜 짓을 다 하거든. 그래서 레포렐로는 주인을 혐오하고 시기하고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주인에게 동일시도 해. 흔한 노예 근성이지. 주인이 반항하기에는 너무 강한 존재일 때 노예들은 주인의 권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도 그 권위를 빌려 바깥 세상에 으스대고 싶어하잖아? 레포렐로는 주인이 남자로서 거둔 성공에 빙의해 여자인 돈나 엘비라에게 위세를 잠시 부려.
그리고 레포렐로가 작성한 저 명단은 빙의의 중요 매개체야. 여자야 돈 지오반니가 따먹지만 그걸 기록하는 건 레포렐로야. 레포렐로가 없으면 돈 지오반니의 업적은 잊혀질 뿐이야. 레포렐로는 주인의 엽색행각을 기록함으로써 자신도 거기에 동참하고 빙의하는 거야. 즉 저 명부는 레포렐로에게 부심의 원천이지. 돈 지오반니와 레포렐로의 이 관계를 잘 보여주는 프로덕션 하나 소개할게.
이건 우리 오빠가 돈 지오반니, 그리고 내 세컨드인 테어벨이 레포렐로를 뛴 프로덕션의 샴페인의 노래야. 예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었지. 돈 지오반니가 잔치 뻑적지근하게 열어 된장질하면서 여자 열 명 따먹을 거라고 의기양양해하는 노래. 가사에는 샴페인이라는 단어가 안 나옴에도 이 노래가 흔히 샴페인의 노래라 불리는 건 자뻑에 찬 돈 지오반니의 신난 감정과 진짜 샴페인의 거품처럼 부글부글 빠르게 끓고 있는 음들이 그 제목에 매우 잘 어울려서겠지.
이 클립 초반에 레포렐로는 주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고 레포렐로가 애지중지 들고 다니는 명부는 돈 지오반니의 앞에 떨어져있어. 왜냐면 바로 이 직전에 레포렐로가 주인에게 좀 화가 날만한 정황이 있었거든. 하지만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레포렐로는 금세 주인에게 매혹돼. 예전에 마이너폴리스에 올렸던 감상을 또 복붙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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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어벨의 레포렐로는 여기서 주인에게 만족한 덩치 큰 애견 같습니다. 테어벨의 레포렐로는 난롯가에 엎드린 채 주인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느긋하게 꼬리를 흔드는 대형견처럼 주인의 자뻑 가득한 노래에 취해있다가 결국 주인에게 동화되어 뛰어가요. 주인의 자뻑과 쾌락과 도취에 동참하기 위해서요. 마치 정복자 황제를 원정길에 동행하는 역사가처럼 레포렐로는 돈 지오반니의 모든 정복을 지켜보며 기록해왔고 그게 그가 주인에게 동일시하는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돈 지오반니는 레포렐로를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아요. 그는 여자들의 명단이 적힌 카탈로그를 레포렐로에게 줄듯 말듯 하며 레포렐로를 가지고 조련합니다. 그리고는 ㅋㅋㅋ거리며 레포렐로 없이 뛰어가버리죠. 레포렐로는 주인이 버린 명부를 애지중지 챙겨듭니다. 그 명부는 돈 지오반니에게는 별 것 아니지만 레포렐로에게는 별 것입니다. 돈 지오반니는 그 명부 없이도 얼마든지 여자들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레포렐로는 그게 있어야만 주인의 정복에 동참이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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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칼은 프로이트식으로 대표적인 남근상징물 중 하나잖아. 그래서 저 노래 부르면서 돈 지오반니가 여자들의 이름이 적힌 명부, 즉 여자들의 상징을 칼끝으로 뒤적이는 게 되게 성적인 암시가 짙게 느껴지더라.
하여간 레포렐로는 돈 지오반니에게 빙의하는데 돈 지오반니는 레포렐로에게 빙의하지 않아. 돈 지오반니에게 레포렐로는 하인일 뿐이고 이용 대상일 뿐이고 여차하면 자기 대신 죽어줘야 하는 놈일 따름이야. 그리고 여기서 돈 지오반니와 레포렐로의 관계의 긴장감이 나와. 그걸 잘 보여주는 클립 또 하나 가져올게.
이건 레포렐로가 정말로 돈 지오반니 때문에 맞아죽을 뻔한 다음이야. 그래서 레포렐로는 주인에게 상당히 화가 나있지만 돈 지오반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레포렐로야 화가 났든 말든 돈 지오반니는 자기가 여자 만난 얘기나 자랑하고 싶어해. 그걸 기록하는 게 레포렐로의 일이니까 레포렐로는 일단 들어줘. 그런데 돈 지오반니가 이번에 꼬실 뻔하다가 놓친 여자는 레포렐로가 공략하던 여자였어. 레포렐로를 전혀 자신과 동등한 수컷이라고 인정 안 하는 돈 지오반니는 레포렐로의 여자도 전혀 개의치 않고 꼬시려고 했던 거야. 진지하게 화가 난 레포렐로는 만약 그 여자가 내 아내였어도 꼬셨을 거냐고 추궁하는데 돈 지오반니는 "네 마누라면 더 좋지!"하면서 웃고 자빠졌어. 지오반니와 레포렐로는 이런 관계야.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전혀 다르고 그래서 레포렐로의 돈 지오반니에 대한 애증이 나오지.
여기까지 쓰면 읽어온 사람들은 다 '아 하일트 이 새끼가 이번에는 또 돈 지오반니랑 레포렐로로 호모 커플링 하자고 약팔고 있구나'하고 감이 올 거야. 오해야, 오해. 내가 작년 이맘때 돈 지오반니X레포렐로를 밀고 그걸로 팬픽도 썼던 건 사실인데 내가 지금은 완전히 펠리페랑 로드리고 라인에 넘어갔거든? 똑같은 애증 관계라도 그쪽이 훨씬 내 취향. 그래서 호모 커플링은 됐고 난 그저

웃다 자빠진 우리 오빠 돈 지오반니의 자세가 존나 꼴리길래 이 짤이나 같이 보자고 가져오고 싶었어. 근데 왜 돈 지오반니가 자빠져서 이러고 있는지 설명을 해야 하잖음. 그래서 지금까지 설명한 거.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이 오페라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텐데 일단 머글에게 맞춰 써볼게. 예전에 우리 오빠 입덕 경로에서 얘기했듯 돈 지오반니는 이탈리아식 이름이고 원래 스페인 본토 발음으로는 돈 후안, 전설적인 바람둥이야. 얘한테는 레포렐로라는 이름의 따까리가 하나 붙어있고. 예전에 마이너폴리스에 올렸던 영업글을 발췌복붙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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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지오반니가 어떤 인간인지 가장 잘 묘사해주는 곡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돈 지오반니 본인이 아니라 그의 하인 레포렐로가 부릅니다. 돈 지오반니가 한 때 데리고 놀다 버린 여자들 중 돈나 엘비라가 있습니다. 돈나는 스페인 어로 여성에게 붙는 경칭이니까 원래 이름은 엘비라고요, 하여간 돈나 엘비라는 돈 지오반니의 구여친인데 아직 자신이 구여친이 되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지부조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돈 지오반니에 대한 애증에 불타고 있는데 사실 애증이라는 게 아직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튄 돈 지오반니를 증오하면서도 그를 찾아 다시 만나면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도 있을 거라는 미련한 희망을 품고 있어요. 그녀는 돈 지오반니가 단지 평범한 똥차인 줄 알아서 잘 수리하면 타고 다닐만 할 거라고 믿죠. "그 새끼는 개새끼지만 어쨌거나 내 개야"라는 게 돈나 엘비라의 입장이에요.
하지만 진짜 비참한 사실은 뭐냐면요, 정작 다시 만났을 때 돈 지오반니는 돈나 엘비라가 자신이 옛날에 버렸던 여자인 줄도 못 알아보고 그녀를 꼬시려 들어요. 그도 그럴 것이 돈 지오반니에게 돈나 엘비라는 자신이 상대한 네 자리 수(!)의 여자들 중 하나일 뿐이어서 얼굴이고 뭐고 다 기억 속에서 사라졌거든요. 차라리 돈 지오반니가 그녀를 보자마자 찔려하며 도망쳤으면 덜 비참했으련만 그녀의 존재 자체를 까먹은 돈 지오반니는 그녀에게 새로 껄떡대다 돈나 엘비라가 분노를 표출하며 욕질을 하니 그제야 시발 좆됐다고 깨닫습니다.
돈 지오반니는 시다바리 레포렐로에게 곤란한 구여친의 뒷처리를 맡기고 튑니다. 그리고 레포레로는 이 순진한 여자의 헛된 꿈을 깨주기 위해 주인의 정체를 폭로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일명 '카탈로그의 노래'라 불리는 노래입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는다는 말은 바람둥이 행각에도 적용됩니다. 비록 여자들의 얼굴은 기억도 못하지만 자신이 여자들을 이마아아아안큼이나 따먹었다는 수치적 진실만은 남기고 싶었던 그는 레포렐로에게 그 여자들을 카탈로그화 하여 명단을 적어두라고 명했더랬습니다. 레포렐로는 바로 그 명단이 적힌 책을 들고 돈나 엘비라에게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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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클립에서 레포렐로 역을 연기하는 베이스바리톤은 바로 내가 그 동안 올린 돈 카를로 클립들에서 펠리페를 연기하신 푸를라네토 옹이셔. 펠리페 때랑은 느낌이 퍽 다르지?ㅋㅋㅋㅋㅋ 마이너폴리스에 썼던 글 이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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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이제 돈 지오반니가 어떤 인간인지 아시겠죠. 남자가 양다리, 세 다리, 혹은 문어 다리 정도를 걸치면 그건 평범한 개새끼에 똥차입니다. 하지만 돈 지오반니처럼 여자의 인종과 나이와 종교와 국적과 계급과 재산과 정치색과 사상적 빛깔과 집안과 심지어 외모마저도 개의치않고 평등하게 껄떡대면 그건 장인 정신이고 평범함을 거부하는 대안적 삶의 방식이며 이 시대의 마지막 페미니스트이자 전인류의 절반을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입니다.(...) 예수나 석가모니의 절반 쯤은 되는 위인임. 아무리 못생긴 여자라도 껄떡대고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한 번 자는 데 성공했으면 버리는 공명정대한 남자기도 하고요.
옛말에 사람을 하나 죽이면 살인자지만 무수히 죽이면 영웅이 된다고 했죠. 다시 말하지만 양다리, 세다리, 문어다리까지는 개새끼지만요 돈 지오반니 쯤 되면 그건 걔가 원래 그리 생겨먹은 거고 일종의 자연재해같은 거라서 여자가 알아서 피하는 게 낫습니다. 밀려오는 쓰나미 앞에서 "너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인간들에게 이리 큰 피해를 입히느냐?"라고 규탄해봤자 아무 소용 없고 도망가는 게 상책인 거랑 같은 원리임. 욕 해 봤자 입만 아픔.
'카탈로그의 노래'는 레포렐로의 독창이지만요, 돈나 엘비라 역 가수의 리액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돈나 엘비라는 처음에는 레포렐로의 말을 믿기 싫어하다가 그래도 자기 눈으로 확인은 해봐야겠다고 반신반의하며 직접 명단을 확인하고 마침내 내가 만난 게 실은 한낱 똥차가 아니라 자연재해였구나 하고 정줄을 놓습니다. 요 믿기 싫음 -> 반신반의 -> 멘붕의 타이밍과 표현이 돈나 엘비라 역 가수들마다 조금씩 달라서 비교하는 맛이 있죠. 노래는 레포렐로 혼자 부르지만 그 노래에 돈나 엘비라가 적절히 반응을 보여야 노래의 효과가 더 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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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카탈로그의 노래에서 "치마를 걸쳤기만 하면 제 주인님이 무엇을 하시는지는 아씨도 잘 아시겠지요"라는 가사를 부르며 레포렐로가 주인의 여자였던 돈나 엘비라를 추행하는 게 보이지? 일반적인 카탈로그의 노래 연출에서는 다 저 대목에서 레포렐로가 돈나 엘비라를 추행해. 수위와 동작은 프로덕션마다 세세하게 달라지지만. 저 장면에서 레포렐로는 돈 지오반니에게 빙의하는 거야. 본래 신분이 낮은 레포렐로는 돈나라는 경칭이 붙는 엘비라를 감히 넘볼 처지가 못 돼. 하지만 저 노래를 부르면서 마치 자신이 주인인 양 지오반니에게 빙의한 레포렐로는 잠시나나 엘비라에게 남자로서의 권력을 발휘해. 저 찰나의 순간 신분은 사라지고 젠더만 남은 거지.
'빙의'는 지오반니와 레포렐로의 주종 관계의 중요한 키워드야. 돈 지오반니는 다 가진 알파 메일이야. 얜 귀족이고 돈도 많고 정력도 끝내주고 네 자리의 수의 여자들을 후렸으며 아무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워. 남자의 로망이지. 반면 하인인 레포렐로는 베타 메일이나 감마 메일도 못 되고 저 알파벳 중후반 어디께쯤 자리한 메일이야. 얜 신분도 낮고 돈도 없고 잘 나가는 주인의 뒤치닥거리나 하는 신세고 남자로서 매력도 별 볼 일 없고 여자운도 그냥 그래. 주인이 워낙 잘 나가니까 상대적으로 자기가 더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 그리고 얘도 자기 주인이 나쁜 놈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아. 지오반니는 바람만 피우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 와중에 사람도 죽이고 사기도 치고 온갖 나쁜 짓을 다 하거든. 그래서 레포렐로는 주인을 혐오하고 시기하고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주인에게 동일시도 해. 흔한 노예 근성이지. 주인이 반항하기에는 너무 강한 존재일 때 노예들은 주인의 권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도 그 권위를 빌려 바깥 세상에 으스대고 싶어하잖아? 레포렐로는 주인이 남자로서 거둔 성공에 빙의해 여자인 돈나 엘비라에게 위세를 잠시 부려.
그리고 레포렐로가 작성한 저 명단은 빙의의 중요 매개체야. 여자야 돈 지오반니가 따먹지만 그걸 기록하는 건 레포렐로야. 레포렐로가 없으면 돈 지오반니의 업적은 잊혀질 뿐이야. 레포렐로는 주인의 엽색행각을 기록함으로써 자신도 거기에 동참하고 빙의하는 거야. 즉 저 명부는 레포렐로에게 부심의 원천이지. 돈 지오반니와 레포렐로의 이 관계를 잘 보여주는 프로덕션 하나 소개할게.
이건 우리 오빠가 돈 지오반니, 그리고 내 세컨드인 테어벨이 레포렐로를 뛴 프로덕션의 샴페인의 노래야. 예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었지. 돈 지오반니가 잔치 뻑적지근하게 열어 된장질하면서 여자 열 명 따먹을 거라고 의기양양해하는 노래. 가사에는 샴페인이라는 단어가 안 나옴에도 이 노래가 흔히 샴페인의 노래라 불리는 건 자뻑에 찬 돈 지오반니의 신난 감정과 진짜 샴페인의 거품처럼 부글부글 빠르게 끓고 있는 음들이 그 제목에 매우 잘 어울려서겠지.
이 클립 초반에 레포렐로는 주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고 레포렐로가 애지중지 들고 다니는 명부는 돈 지오반니의 앞에 떨어져있어. 왜냐면 바로 이 직전에 레포렐로가 주인에게 좀 화가 날만한 정황이 있었거든. 하지만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레포렐로는 금세 주인에게 매혹돼. 예전에 마이너폴리스에 올렸던 감상을 또 복붙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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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어벨의 레포렐로는 여기서 주인에게 만족한 덩치 큰 애견 같습니다. 테어벨의 레포렐로는 난롯가에 엎드린 채 주인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느긋하게 꼬리를 흔드는 대형견처럼 주인의 자뻑 가득한 노래에 취해있다가 결국 주인에게 동화되어 뛰어가요. 주인의 자뻑과 쾌락과 도취에 동참하기 위해서요. 마치 정복자 황제를 원정길에 동행하는 역사가처럼 레포렐로는 돈 지오반니의 모든 정복을 지켜보며 기록해왔고 그게 그가 주인에게 동일시하는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돈 지오반니는 레포렐로를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아요. 그는 여자들의 명단이 적힌 카탈로그를 레포렐로에게 줄듯 말듯 하며 레포렐로를 가지고 조련합니다. 그리고는 ㅋㅋㅋ거리며 레포렐로 없이 뛰어가버리죠. 레포렐로는 주인이 버린 명부를 애지중지 챙겨듭니다. 그 명부는 돈 지오반니에게는 별 것 아니지만 레포렐로에게는 별 것입니다. 돈 지오반니는 그 명부 없이도 얼마든지 여자들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레포렐로는 그게 있어야만 주인의 정복에 동참이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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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칼은 프로이트식으로 대표적인 남근상징물 중 하나잖아. 그래서 저 노래 부르면서 돈 지오반니가 여자들의 이름이 적힌 명부, 즉 여자들의 상징을 칼끝으로 뒤적이는 게 되게 성적인 암시가 짙게 느껴지더라.
하여간 레포렐로는 돈 지오반니에게 빙의하는데 돈 지오반니는 레포렐로에게 빙의하지 않아. 돈 지오반니에게 레포렐로는 하인일 뿐이고 이용 대상일 뿐이고 여차하면 자기 대신 죽어줘야 하는 놈일 따름이야. 그리고 여기서 돈 지오반니와 레포렐로의 관계의 긴장감이 나와. 그걸 잘 보여주는 클립 또 하나 가져올게.
이건 레포렐로가 정말로 돈 지오반니 때문에 맞아죽을 뻔한 다음이야. 그래서 레포렐로는 주인에게 상당히 화가 나있지만 돈 지오반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레포렐로야 화가 났든 말든 돈 지오반니는 자기가 여자 만난 얘기나 자랑하고 싶어해. 그걸 기록하는 게 레포렐로의 일이니까 레포렐로는 일단 들어줘. 그런데 돈 지오반니가 이번에 꼬실 뻔하다가 놓친 여자는 레포렐로가 공략하던 여자였어. 레포렐로를 전혀 자신과 동등한 수컷이라고 인정 안 하는 돈 지오반니는 레포렐로의 여자도 전혀 개의치 않고 꼬시려고 했던 거야. 진지하게 화가 난 레포렐로는 만약 그 여자가 내 아내였어도 꼬셨을 거냐고 추궁하는데 돈 지오반니는 "네 마누라면 더 좋지!"하면서 웃고 자빠졌어. 지오반니와 레포렐로는 이런 관계야.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전혀 다르고 그래서 레포렐로의 돈 지오반니에 대한 애증이 나오지.
여기까지 쓰면 읽어온 사람들은 다 '아 하일트 이 새끼가 이번에는 또 돈 지오반니랑 레포렐로로 호모 커플링 하자고 약팔고 있구나'하고 감이 올 거야. 오해야, 오해. 내가 작년 이맘때 돈 지오반니X레포렐로를 밀고 그걸로 팬픽도 썼던 건 사실인데 내가 지금은 완전히 펠리페랑 로드리고 라인에 넘어갔거든? 똑같은 애증 관계라도 그쪽이 훨씬 내 취향. 그래서 호모 커플링은 됐고 난 그저

웃다 자빠진 우리 오빠 돈 지오반니의 자세가 존나 꼴리길래 이 짤이나 같이 보자고 가져오고 싶었어. 근데 왜 돈 지오반니가 자빠져서 이러고 있는지 설명을 해야 하잖음. 그래서 지금까지 설명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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