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운동 현재는빠순

우리 오빠가 빈에 돌아가 사고 난 그 프로덕션 리골레토 다시 부르면 드디어 해피 엔딩으로 간주하고 내 빠순 수기를 이으려 했더니만 이 쫄보가 담 시즌에도 빈에서 그거 할 생각이 없더라고. 저 놈 진엔딩 나기 전에 내가 먼저 탈덕하겠다 싶어서 내 수기는 그냥 내 맘대로 재연재하려고 해. 우리 오빠가 사고 치고 잠수탈 적에 내가 마폴에다 존나 시시콜콜하게 일기를 써놔서 나는 오빠 사고쳤을 당시 빠순이 심리 상태에 대해 조선왕조실록 급으로 상세한 임상 기록이 있음.ㅋㅋㅋㅋㅋㅋㅋ

사람 마음이 존나 간사해서 오빠가 기약없이 실종돼있을 땐 실물 한 번 다시 보기만 해도 원이 없을 거 같고 막 그랬는데 막상 오빠 새끼 돌아와서 지 알아서 잘 먹고 잘 사니까 귀신같이 내 관심도 줄어듦.ㅋㅋㅋㅋㅋ오빠 실종 당시에는 오빠 보러 대서양 건너 미국도 가야지 이랬지만 올해는 베를린에서 기차로 몇 시간이면 가는 프라하에서 오빠 새끼 갈라하는 것도 존나 가기 귀찮아서 교통편 예매해놓고도 그냥 표 버리고 가지 말까 고민함.ㅋㅋㅋㅋㅋ원래 현실 연애하는 리얼충들도 헤어진 연인이랑 재회할 수 있다면 뭐든 바칠 수 있다고 떠들어대다가 막상 진짜 재회하면 한 달만에 '아, 이래서 내가 이 새끼랑 헤어졌었지...'한다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격 수기 들어가기 전에 내가 빠순이 삼청교육대랑 빠순슈비츠 다녀오면서 아주 중요하다고 느꼈던 점 하나를 준비운동 삼아 써보고자 함. 바로 빠순이는 오빠의 고난을 핑계삼아 자신의 현실 삶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거임. 

오빠가 시련에 휘말리면 빠순이는 꾸준히 보고 있던 만화 줄거리가 급전개를 탈 때처럼 확 몰입하게 됨. 지금까지는 그냥 평탄히 예측 가능했던 오빠의 미래가 갑자기 불확실해지니 오빠 미래 예측해보겠다고 오빠에게 쏟아붓는 에너지가 확 늘어남. 예전에는 그냥 팬커뮤에 남이 올려다준 오빠 자료만 슥 보고 말았는데 이젠 직접 검색도 열심히 하고 오빠 마음 궁예질도 열심히 하고 오빠 관련 망상으로 보내는 시간도 더 많아짐. 이렇게 에너지를 이전보다 더 많이 오빠에게 쏟아부으면서 '내가 사실은 얘를 이만큼이나 좋아했구나.' 하고 자아도취에도 빠짐.

근데 그래봤자 빠순이는 오빠 인생의 관찰자고 오빠의 고통은 타인의 고통임. 빠순이는 오빠의 삶을 책임질 필요가 없고 안전한 거리를 두고 서서 오빠의 시련을 감상하는 입장임. 오빠가 망한다고 빠순이 집도 경매 들어가냐?ㅋㅋㅋㅋㅋㅋㅋ오빠가 다치거나 병 걸리면 빠순이도 입원함?ㅋㅋㅋㅋㅋ오빠가 징역을 살아도 빠순이 해외 여행 가고 취직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어요.ㅋㅋㅋㅋ전과자 오빠 빤다고 빠순이도 빨간 줄 긋는 거 아니거든.ㅋㅋㅋㅋㅋ

오빠가 그 시련에서 벗어나는 것도 오빠가 알아서 할 일이지 빠순이가 책임지고 구원할 필요 하나도 없음. 우리 오빠 수술 받고 재활하는 데 나 도움 1 도 안 됨.ㅋㅋㅋㅋㅋㅋㅋㅋ설령 오빠가 복귀한 후 내가 표 사면서 다시 소비자가 됐다 해도 말야, 그건 일단 오빠가 지가 노오오오력해서 지 폼을 거기까지는 끌어올려야 빠순이도 다시 돈을 쓸 수 있는 거지. 오빠의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는 오빠 본인이고 빠순이는 걍 구경하며 훈수나 두는 남임. 

그리고 오빠의 시련이 사실은 남의 일이기 때문에 이건 빠순이에게 좋은 도피 거리가 됨. 사람은 진짜 자기가 책임져야할 중요한 문제는 버거워서 그보다는 작은 문제로 도피하는 습성이 있음. 예를 들어 근본 문제는 남편과의 관계지만 내가 결혼을 처음부터 잘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싫어서 마치 시집 식구들만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거나, 진짜 문제는 내가 직장에서 적응 못하고 고문관으로 살고 있다는 거지만 마치 작년에 헤어진 남친과의 이별에서 내가 헤어나오지 못해 내 삶이 정체된 것처럼 '넘나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나...나의 너무나 특별했던 사랑...'에 취하는 것. 진짜 고통은 상대하기 싫으니까 그보다는 덜하고 가벼운 고통으로 현실을 마취하는 거야.

빠질하는 연예인이 좆된 건 빠순이가 직접 피해보는 것도 아니고 빠순이에게 해결해야만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은 가볍디 가벼운 고통임. 주변인들이 느그 오빠 사회면에 나왔더라 놀려도 그거 며칠 가지도 않음.ㅋㅋㅋㅋㅋ남친이랑 식장 잡아놓고 청첩장까지 돌렸다가 파혼하거나 숫제 이혼하는 현실 시련들에 비하면 연예인 오빠가 검찰 출두 하거나 입원했댔자 아무 것도 아니잖오.ㅋㅋㅋㅋㅋㅋ

거기다 오빠는 남이기 때문에 빠순이는 이타적인 사랑을 한다는 도취감에도 젖을 수 있음. 실제로 오빠 문제 해결은 못해주고 오빠 생각이나 주구장창 하면서 '아, 내가 얘를 이렇게나 좋아하는구나...'하는 거임. 실제 책임은 안 지면서 이타적인 기분만 느끼는 건 꽤 재밌는 도락이라서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거 금방임. 빠순이가 그 짓 하느라 빠순이 일상이 팽개쳐지고 삶의 질이 떨어지잖아? 그럼 빠순이는 또 이럼. '오빠를 너무나 사랑해서 나는 이런 고통도 감수해...'

우리 오빠는 사고를 딱 크리스마스 연휴 시작하는 주말에 쳤거든? 그래서 내가 저 짓 하기 아주 좋은 환경을 마련해줬음.ㅋㅋㅋㅋㅋ하루 세 시간 토막잠 자고 햄버거 반 개로 연명하고 오빠로 검색질 해대면서 '나에게 이 정도 빠심이 있었구나...'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이미 해 바뀌어 있고 연휴 다 끝났더라.ㅋㅋㅋㅋㅋㅋㅋ

만약 오빠가 한 달 쯤 있다 돌아왔음 난 그 기간을 내내 그 짓으로 채울 수 있었을 거야. 근데 오빠가 1 년이 넘어서야 유럽 무대에 복귀를 하고 내가 생눈으로 오빠 보는 건 사고 후 1 년 반이 지나서야 가능해지니 오빠 실종된 삶도 그냥 일상이 되어버리데. 결국 오빠 없으면 없는대로 적응해서 살면서 내 일을 해야만 되더라고. 잠도 처음 며칠만 못 잤지 그 후론 오빠 실종돼있어도 나 피곤하면 꿀잠 잠.ㅋㅋㅋㅋㅋㅋ입맛도 완벽히 돌아와서 오빠 처음 사고친 연휴 때 빠졌던 뱃살 도로 복구됨.ㅋㅋㅋㅋㅋ오빠가 사고 쳐서 딱 하나 좋았던 게 내 아랫배가 연예인 배 됐던 건데 그렇게나 빨리 복구가 되어버리다니 진짜 내 인생에 실제적 도움은 하나도 안 되는 놈......

오빠는 오빠고 나는 나더라. 오빠의 문제는 오빠가 해결해야 되고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 되는 거. 왜 이런 당연한 소리를 새삼스럽게 하냐면, '적당한 고통'이 주는 중독성이란 게 있어. 진짜 내 안전은 해치지 않고 내가 책임질 필요도 없으면서 감상적인 기분에 도취될 수 있는 수준의 고통은 나름의 쾌감이 있어서 맛 들이며 헤어나오기 힘들어짐. 만약 내 인생에 충분히 다른 몰입거리들이 있다면 고작 '적당한 고통' 따위가 내 삶을 잡아먹을 수는 없지만, 만약 내 인생에 빈 곳이 너무 많다면 저게 그 자리를 차지해버려. 애인이랑 헤어지고 1 년이 지나고 2 년이 지나도 헤어졌던 그 상태에 머물러있는 사람들 있잖아. 그 후 자기 인생에서 안 풀리는 것들은 모두 '그 때 내가 그렇게 헤어졌기 때문에' 라는 핑계를 대면서. 근데 어떤 사람이 유독 그런 감상적인 기억에 오래 사로잡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감정이 그렇게나 깊고 진실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현실에 딱히 다른 몰두거리가 없기 때문일 확률이 큼. 

빠순이들은 '내가 이만큼 고생했다'로 '내 빠심이 이렇게 가치 있다'고 증명하려는 습성이 있음. 그치만 더 고통스러운 사랑이라고 더 우월한 사랑이면 개새끼 만나는 여자들이 천하 제일 사랑꾼이겠네.ㅋㅋㅋㅋㅋ애 땜에 골병 들면 좋은 엄마냐.ㅋㅋㅋㅋ빠순이가 빠질하다 고통스러운 건 보통 오빠가 병신이거나 빠순이가 병신이거나 아님 둘 다 병신이라서지 사랑의 퀄리티랑은 별 상관이 없음.ㅋㅋㅋㅋㅋ

빈 국립 오페라 150 주년 축하 영상에

내가 평소 우리 동네 오페라 극장들도 몇 살인지 모르고 사는데 우리 오빠가 빈 국립 오페라 150 살 생축 메시지 영상에 출연을 하는 바람에 뜬금없이 남의 동네 오페라 극장 TMI 를 알게 됨. 지휘자, 작곡가, 가수 등등 온갖 인간 군상이 각자 몇십 초씩 축하 멘트 하는 가운데 햄슨 - 테어벨 - 우리 오빠로 이어지는 영어권 바리톤들 마지막 타순으로 우리 오빠가 나왔는데, 근데 지금 빈 국립 오페라가 몇 살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 오빠 멘트가 뭐였냐면 "흔히들 오페라는 이미 죽은 예술이다, 한 물 갔다 하지만 그건 사실 아님. 중국이랑 한국의 새 오페라하우스들을 봐도 그렇고 동유럽의 훌륭한 가수들을 봐도 오페라 잘 살아있음. 앞으로 150 년도 잘해보자. 근데 이 미국 맥주 개구림(아마 쌈닭 동네 가있는 동안 찍은 영상이었나 봄)." 하고 지껄이더라고.

...이 새끼는 중국이랑 한국에서 공연 한 번 못 해봤으면서 왜 가본 척 지껄이며 세계적인 성악가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냐? 저렇게 떠들면 멋모르는 빈 관객들은 와 킨동이 한국이랑 중국 무대에도 서봤구나 진짜 잘나가나보다 하고 오해할 것 아니냐? 바로 그 오해를 노리고 일부러 저러는 건가? 야 이 새끼야, 너 겨우 일본만 몇 번 왔다간 게 동북아 커리어 전부잖아. 정작 일본 얘긴 안 하고 왜 여행으로도 와본 적 없을 중국과 한국을 파는 거지.;;;;;

...혹시 지가 간 데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랑 한국이었다고 지금까지 착각하며 살아온 건가? 아니, 4 년 전에 일본 갔을 때 홍보 영상 보면 "저 구로사와 아키라 좋아하고요..."하면서 두유노우 질문에 선수 쳐서 방어하던데(당시 같이 일본 간 비야손은 "저 토토로 좋아하고요."를 시전했고 다르칸젤로는 "저 스시 잘 먹어요."했다) 구로사와 아키라랑 장이모랑 박찬욱을 구별 못하나? 

백 번 양보해서 서울시향 피쳐링 초청까진 받은 적이 있으니까 '사실상 내한' '사실상 한국 데뷔'는 했다 쳐줘도 그 무대 예당 콘서트홀이지 오페라 극장 아니었는데(...). 정명훈이 너는 곧 한국의 새 오페라하우스에 데뷔하는 거라고 순진한 우리 애한테 바람 넣고 약팔았나...혹시 한국 클덕들 외국 나갔다 우리 오빠 보거든 초면인 척 생까지 말고 "그 때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발퀴레 공연 잘 봤습니다. 노래는 니가 안 했지만."하고 인사해라.

야, 근데 검색해보니까 중국이랑 한국 오페라하우스들이 150 년씩 묵은 유럽 극장들에 비하면 새 건물 맞아서 모던하게 생기긴 했다.ㅋㅋㅋㅋㅋ우리 오빠가 지도 서본 척 사기 치고 싶을만 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동네 도이체 오퍼가 분단 때문에 20 세기 중반에 새로 지어져서 그나마 유럽 오페라 극장치고는 새 거긴 한데 존나 상자곽처럼 생겨서 폼은 하나도 안 남. 뭐 오페라 극장이 밥만 맛있음 됐지 겉모습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서도. 

그나저나 우리 오빠 미국 맥주 마시면서도 맛 좆 같다고 욕을 하다니 진짜 내한해서 한국 맥주맛 봤다가는 혐한될 듯(...). 한국년이라는 이유로 날 파문하려 들면 나도 한국 맥주 때문에 망명 신청해서 독일 와있는 거라고 울면서 하소연해야겠다. 

야, 그리고 이건 딴 얘긴데 요새 구글이 영악해져서 우리 오빠 이름 앞의 두 글자만 따로 쳐도 같은 게시물 안에 사이드란 단어가 있으면 합쳐서 검색해내더라. 이러다 앞으로 킨자만 쳐도 검색되는 거 아니냐, ㄷㄷㄷㄷㄷ. 아씹 내가 클린이 시절에 빨았던 올라프 베어는 베어라는 단어가 워낙 흔해서 이럴 일이 없었는데 담번에 오빠 고를 때는 성씨도 고려해야겠다. 갈수록 빠순이 해먹기 힘든 세상이네, 시발. 보통 빠순이들이 잘하는 지랄 중 하나가 "어머, 우리 xx는 어쩌면 이름도 xx일까."인데 나는 검색엔진 무서워서 내 블로그에서도 그 짓을 못 함.ㅠㅠㅠㅠㅠㅠ넘 서러움.ㅠㅠㅠㅠㅠ난 사실 우리 오빠 성씨를 좋아한단 말임. 좋아하니까 일부러 성으로 부르는 거지.근데 검색엔진 때문에 비공개 카페에서만 "하, 우리 오빠 조상님들은 어쩌면 성씨도 그걸로 정하셨을까." 할 수 있음.ㅠㅠㅠ

아울러 이것도 딴 얘긴데 정명훈 요번에 친구 도미닉 마이어가 또 꽂아줘서 빈에서 오텔로 새 프로덕션 지휘했는데 또 망했다더라?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4 년 반 전 리골레토 때는 우리 오빠가 타이틀 롤로 버스 운전대를 잡고 베찰라가 차장을 맡아서 명훈이 및 다른 출연진들을 버스 태워줘야 했었는데 우리 오빠가 가로수 들이받는 바람에 공연이 망했거든.ㅋㅋㅋㅋㅋ요번에는 마이어가 아예 버린 프로덕션인 셈 치고 대충 지랑 친한 인간들 아무렇게나 꽂아넣는 바람에 버스 타는 놈들만 있고 운전하는 놈은 없어서 망했대.ㅋㅋㅋㅋㅋㅋㅋㅋ명훈이는 유천이보다는 멘탈 튼튼해보이니까 이 정도는 놀려도 되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명훈이 빈에서 새 프로덕션 한 번만 더 망하면 삼연벙인데 마이어가 내년이면 임기 끝나서 더는 못 꽂아줘서 아깝다.ㅋㅋㅋㅋㅋㅋ

계속 얘기가 다른 데로 샌 김에 이 블로그에서 언급한 다른 음악가들 후일담도 얘기하자면

바렌보임 -> 언론에 그렇게 쳐맞고도 내 일자리 못 잃어하고 존버한 끝에 계약 연장 따냄. 이럴 거면 뭐 하러 원기옥 모아서 깠냐고 베를린 클판 호사가들 시무룩해짐. 혹시 바렌보임이 계약 연장 못하고 쫓겨나면 홧김에 레전드 공연 뽑는 거냐고 설레서 9 월에 바렌보임이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 지휘하는 거 표 사놓은 나도 시무룩해짐. 나같은 인간들이 많아서 그 반지 시리즈 예매 열리자마자 얼마 안 가 매진됐었는데 사실은 국립 오페라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었나 의심이 감. 

변기재형 -> 다음 시즌에 빈 국립 오페라에는 안 서는데 우리 동네 도이체 오퍼로 컴백한다고 해서 내가 뒤늦게라도 빈 국립 오페라에 "제가 찬물 마시면서 다시 잘 생각해봤는데 변기재형 이미지가 빈 국립 오페라랑 참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계속 데리고 계셔주시면 안 될까요, 헤헤." 하고 정중하게 사과 메일 보내야 하나 고민함. 명훈이랑 달리 변기재형은 4 월에 빈에서 호평받았다던데 그 김에 여기가 나의 새 조국이구나 하고 빈에 말뚝 박았음 좋겠음. 포럼 보니까 뮌헨 사는 덕후 하나가 헤헤 우리 동네는 재형이 없다 하고 좋아하더라. 니가 일류다. 

오페라판의 초보 그루피들을 위하여, 그리고 관계 망상에 대해

요새 조성진 빠순이 하나가 조성진 앨범 다 때려부순 거 인증하고 탈덕쇼를 벌이는 바람에 클갤이 시끄럽던데(조빠들이 단체 탈덕하는 게 아니라 특정 빠순이 혼자 주화입마 걸려 탈덕쇼하는 거라 딱히 조성진 쪽에 뭔 일이 있어보이진 않고 아마 그 특정 빠순이가 지 혼자 조성진과 연애하다 지 혼자 실연당한 걸로 추정됨) 마침 성악가 언니에게 들이대려면 어떡해야 하냐는 문의댓글도 달려서 오페라판 초보 그루피들을 위한 행동지침 적어줌. 오페라판으로 한정해두는 건 나 기악연주자는 빨아본 적 없고(대체 피아니스트나 지휘자 나부랭이 어디가 섹스어필하다고 유사연애 처먹어대는지 이해가 넘나 안 가는 것), 오페라판과 기악판의 팬덤 문화도 약간씩 다른 부분이 있어서.

클판에서 유사연애 팔이 최고봉인 분야가 성악이라서(성악판 유사연애 한 번 먹어보면 기악은 심심해서 못 빤다니깐?) 오페라판은 아예 빠순빠돌이들이 즈그 오빠누나에게 들이댈 길이 합법적으로 보장돼있음. 오페라 극장 스테이지 도어에서 빠순빠돌이들이 오빠누나 붙잡고 사인 받고 대화하는 건 관습법적으로 허용임. 매 공연 끝나면 당연히 벌어지는 일이라 따로 극장 측에 문의해 허락 구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음. 극장에서 직원 하나 붙잡고 가수 사인 받고 싶은데 여기 스테이지 도어 어디냐고 물어보면 직원이 설명해줌. 가수들도 일단 스테이지 도어로 퇴근한다는 건 그 날은 팬응대를 해주겠다는 의사 표현이라서(진짜 빠레기들 꼬라지 보기 싫은 날에는 다른 출구로 퇴근하거나 극장에서 오래 버티고 안 나오면 그만임) 빠레기들이 스테이지 도어에서 사인해달라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달라 칭얼대는 건 웬만하면 들어줌. 

다만 아예 선물이나 꽃다발까지 장만해서 작정하고 들이대러 가는 거라면 현물은 공연 전 직원에게 맡겨 전달하기를 권함.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공연 후 반드시 오빠누나가 제 때 스테이지 도어로 나온다는 보장이 없음. 오빠누나가 다른 일정이 있거나 그 날따라 별로 빠레기들 상대할 기분이 아니면 위에 썼듯 다른 출구 이용하거나 다른 일정 챙기러 가버리는 수가 있음. 유럽까지 가서 오빠누나 공연을 보긴 봤는데 스테이지 도어에 오빠누나가 안 나와줘서 들이대는 건 못해보고 귀국하는 빠레기들 예가 아예 없진 않음. 뭐 거기까지 가서 아예 오빠누나 캔슬 겪는 것보단 낫지만.

공연 전 직원에게 선물 맡기면서 "저 평소 님 음반과 영상물을 감명깊게 듣고보던 차에 꼭 실제 공연을 보고 싶어서 한국에서 왔습니다, 만약 공연 끝나고 스테이지 도어에서 사인까지 받을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하고 쓴 편지도 동봉하면 오빠누나가 읽어보고 웬만하면 스테이지 도어에 일찍 나와줌. 설령 다른 일정 더 있어도 차마 저 먼 아시아에서 여기까지 온 빠레기 그냥 돌려보내긴 미안하니까 잠깐 짬 내서라도 나와줌. 그리고 동양인은 유럽에서 눈에 띄는 외모라서 오빠언니 쪽에서 아 니가 선물이랑 편지 넣은 걔구나 하고 알아보고 먼저 고맙다고 말 붙여주기도 함.

그리고 클판은 팬덤이 작아놔서 아예 수퍼 스타급 가수가 아닌 이상 매 공연마다 선물을 받진 않음. 먼 데서 온 빠레기한테 현물 받는 건 나름 가수들한테도 어깨 힘 들어가는 일이고, 아직 인지도 약한 신인 가수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함. 그래서 공연 전에 그런 선물이랑 편지 전달시켜 놓으면 오빠누나가 '이야, 먼 데서 팬이 나 보러 왔다!'하고 그 날 공연은 나름 신경 써서 해주는 편임. 선물 공연 전에 전달하는 게 공연 퀄 상승에도 낫다는 소리임. 

아이돌판이야 대놓고 감정 서비스 파는 동네라서 오빠들이 빠순이들을 적어도 겉으로는 공평하게 대해줘야 하지만 클판은 그런 굴레가 없음. 뭔 소리냐면 아이돌 팬사인회장에서는 오빠가 한 년 손깍지 껴줬음 다른 모든 년들도 손깍지 껴줘야 되잖아. 다른 년들한테도 다 똑같이 해줄 자신 없음 애초에 특정년한테만 뭐 해줘선 안 되지. 하지만 클판은 오빠누나가 친한 팬 안면 있는 팬들만 콕 찝어 허그해주고 먼저 안부 물어봐주고 해도 옆에 있는 새우젓들이 항의를 못함. 그래서 가끔 스테이지 도어 처음 가본 초짜 그루피들 중 마상 입는 애들 나옴. 오빠누나가 다른 빠레기한테는 사적인 대화도 해주고 농담 따먹기도 하는데 자기랑은 "공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기계적인 대화만 하고 치워버리는 데 충격받아서. 근데 오빠누나랑 친한 팬은 그만큼 이미 오빠누나에게 쏟아부은 돈과 시간이 훨씬 더 많아서 그런 대접 쟁취해낸 거니까 초짜 그루피가 심적 타격 입는 건 어쩔 수 없음.

그래도 한국인들은 유럽에서 외모부터 눈에 띄는지라 현물까지 준비해서 작정하고 들이댈 시 오빠누나들 반응도 친절하고 다른 유럽 빠레기들도 '얘들은 멀리서 왔으니까ㅇㅇ'하고 오빠누나 양보해주는 편임. 이번 우리 오빠 베를린 탄호이저 때도 아예 기모노까지 차려입고 온 일본수니 두 명이 있었는데(작년 리골레토 때 왔던 일본수니가 지 빠순친구까지 데려온 듯) 유럽수니들이 걔들한테 오빠 정면 상석 양보해줬음.

만약 첫 스테이지 도어에서 수월히 일이 잘 풀릴 시, 혹은 처음에는 잘 안 돼도 빠레기가 몇 번 스테이지 도어를 출퇴근 해서 오빠누나랑 낯이 익을 시 빠레기와 오빠누나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친분이 생김. 오빠누나가 SNS 직접 하는 사람일 경우 오빠누나랑 빠레기랑 SNS 친구 먹고 간단한 메시지는 주고받는 사이까지 갈 수도 있음.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빠레기들이 정줄을 놓기 시작하는 지점임.


오페라판 초보 그루피들을 위한 들이댐 지침은 여기까지고, 이 뒤로는 오페라판에만 한정되지 않고 오빠랑 소통형 팬질을 하는 일반 빠순이들 얘기임.

보통 들이대는 초반부터 미친 짓을 하는 빠순이는 없음. 생초보일 때는 너무 긴장하고 얼어서 애먼 짓 할 여력도 없고 오빠가 진짜 현실 사람이 맞긴 한지 실감도 안 나고 '오빠가 내가 자기 좋아하는 마음 알아만 줘도 원이 없겠다' 의 겸허한 기분이라서 초반의 빠순이들은 어지간하면 다 예의 바르게 행동함. 오빠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정줄 놓고 행동하는 새끼들은 보통 이미 다른 팬덤 몇 개 깨먹고 온 빠순이 계의 모리어티같은 년들이지 일반적 빠순이가 아님.

헌데 오빠가 자기를 알아보고 리액션을 해주는 걸 경험하면 빠순이들은 슬슬 바람이 들면서 맛탱이가 가기 시작함. 유명인 인맥이 생긴 거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오빠도 내 애정에 기뻐하는 거 같아 자신감도 붙고 오빠에게 자신이 완전 새우젓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팬이 된 것 같이 느껴짐. 그리고 자신이 오빠에게 남긴 각인을 더 키우고 싶어짐. 오빠에게 더 환영받는 팬이 되고 싶고, 더 중요한 팬이 되고 싶고, 다른 철새새끼들이랑은 다른 진정한 오빠의 팬임을 입증하고 싶음. 그런데 자기 자신을 '다른 철새새끼들이랑은 다른 진정한' 팬이라고 금칠하는 데서 바로 정신병이 발병하는 거임. 

빠순이의 진짜 목적은 오빠에 대한 자신의 권력을 키우는 것, 바로 자기 자신의 자아를 비대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빠순이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그걸 솔직하게 털어놓질 않고 '이것은 오빠를 위한 행위' '오빠가 나에게 잘해줘서 내 쪽에서 너무 고마워서 보답을 하는 것'이라고 위장을 함. 그리고 이 시기의 빠순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진짜 오빠를 위해 발로 뛰는 것처럼 보임. 팬덤 밖 덕후들에게 오빠 영업한다고 팔 걷어부치고 나서기도 하고 오빠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짓거나 다른 빠순이들에게 나눠줄 굿즈를 만들거나 팬덤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나서거나 장르 덕후들 및 팬덤 여론을 오빠에게 유리하게 돌리는 노역도 함. 그리고 나 하는 거 봐달라고 오빠한테 메시지도 열심히 보내고 팬덤에서 튀는 새끼 있음 저 새끼 간신배같은 새끼니까 조심하시라고 오빠한테 경고 넣는 오지랖도 부림.ㅋㅋㅋㅋㅋ겉으로는 오빠 찬양만 하는 척 하면서도 뒤로는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라면서 오빠한테 간섭질도 하는데 그래서 팬덤 밖 사람들에게는 그냥 미친 빠순이 1 로 보이지만 오빠 입장에서는 또 슬슬 부담스러운 년이 됨ㅋㅋㅋㅋㅋㅋㅋ

빠순이가 맛탱이가는 과정은 클판만 아니고 뮤배판, 배우판, 아이돌판, 오디션 예능판 등등 팬덤 있는 동네 다들 비슷비슷함. 빠순이는 자기가 처음 오빠에게 들이대러 갔을 땐 예의 바른 멀쩡한 팬이었고 또 '오빠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으로 행동 중이라서 자기검열이 안 됨. 자기는 순수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순수하지 못한 미친 빠순이들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함.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 하나는 경우에 따라서는 오빠 쪽에서 빠레기들을 부채질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임. 잔뜩 바람 들어간 빠레기들은 좋은 노예기도 하거든. 열정페이조차 안 줘도 그냥 니가 특별한 팬 맞다는 암시만 줘도 존나 노역함.ㅋㅋㅋㅋㅋㅋ그리고 어떤 오빠들은 여자들이 자기한테 헬렐레하는 꼴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일부러 빠순이들을 헷갈리게 만들기도 함. 인디밴드 씬이나 서양 쪽 락 동네 같은 데 아니면 오빠 쪽에서 작정하고 빠순이들 섹파 삼아 의자왕 놀이하는 일은 잘 없긴 한데, 뮤배판 정도만 돼도 빠순이들이랑 플러팅하는 거 즐기는 새끼들 꼭 있음. 

내가 안 그래도 관계 망상 앓는 빠순이들에 대한 글을 마폴에 썼었는데 여기다도 재활용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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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습관적 흘리기를 하는 타입일지라도 오빠가 진짜 수작질을 부리는 건지 아니면 영업용 팬서비스를 하는 건지는 분간이 가능합니다. 존나 간단한 원리인데, 진짜로 빠순이가 오빠에게 여자로 보일 시 오빠는 평범하게 일반 남자들이 여자에게 작업거는 방식 그대로 작업을 하거든요. '남자는 진짜 그 여자 어떻게 해볼 마음이 있으면 헷갈리게 안 한다'는 연예인 오빠들에게도 해당됩니다.

플로레스가 스테이지 도어에서 페루 식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오는 예쁜 여자 관객을 만났을 때 플로레스는 그녀에게 같이 식사나 하자며 데이트를 따냈습니다.ㅋㅋㅋㅋㅋㅋ박유천 씨도 예쁜 사생 눈에 뜨이면 자기가 전화 걸어 보자고 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그 외 SNS 에서 예쁜 팬이나 예쁜 일반인들을 보고 마음이 동한 남자 연예인들은 바로 DM 보내서 만나자고 뻐꾸기를 날립니다. 가렛도 모델 여친 만날 때는 그 여자 SNS 에 "우리 만날까?"하고 바로 작업 들어갔습니다. 강성훈 씨마저도 빠순이를 여친으로 승급시킬 적엔 직접 빠순이 꼬시러 제주도도 가고 정식 고백은 자기 쪽에서 했답디다.

한 마디로 오빠가 진짜 빠순이 어떻게 해볼 생각이면 바로 빠순이 연락처 알아내서 둘이 따로 만날 자리를 만듭니다. 그 외는 다 팬서비스예요. 오빠가 내 DM 에 답메시지 보내줬다, 내 SNS 게시물에 좋아요 눌렀다, 오프 뛸 때 오빠가 내 얼굴 알아보고 말 걸어줬다, 오빠랑 카톡 대화까지 해봤다, 오빠가 간식 나눠줬다, 내가 오빠에게 했던 말을 오빠가 자작곡 노래 가사로 썼다, 오프 행사 때마다 오빠가 유독 내 쪽을 쳐다본다, 다른 빠순이보다 나를 더 챙기며 말을 많이 건다 등등 죄다 오빠가 사적으로 따로 둘이 만나자고 한 적 없음 팬서비스 내지는 빠순이 충성 자극용 어장관리, 혹은 우연의 일치일 뿐임요.ㅋㅋㅋㅋㅋ그저 잘생긴 카페 알바생의 친절 내지는 흘리기같은 것임요.ㅋㅋㅋ

보통 정기적으로 오프 뛰는 빠순이들은 다들 오빠가 날 알아볼까 나에게 뭘 해줄까 망상 한 자락씩 품고 삽니다. 첫 징조는 오빠가 나를 유심히 보는 것 같았네 내 쪽으로 자주 오는 것 같았네 어쩌고 하는 데서 나타납니다. 오빠가 자기를 기억하고 의식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른 빠순이들보다 나를 더 신경 써준다는 증거를 샅샅이 찾습니다. 괜히 말할 때 그윽하게 나를 보는 것 같고 뭔가 몸동작이 나 보라고 애교 떨고 신호하는 거 같고 내 옷차림을 눈여겨보는 거 같고...오빠가 자기를 여자로 보고 의식한다는 세계관을 조립하는데, 무서운 건 그 짓을 한 행사에서 앞열에 앉은 모든 빠순이들이 한다는 거죠.ㅋㅋㅋㅋㅋ

다만 이게 순도 100 퍼센트 빠순이의 망상은 아니고 겨자씨만한 진실을 빠순이들이 자기 좋을대로 뻥 튀기는 겁니다. 진실은 뭐냐면, 이성애자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여자를 스캔하는 동물이라 빠순이가 튀게 입거나 눈에 띄게 예쁘면 오빠 쪽에서도 슥 보긴 봅니다. 내가 몸매 드러나는 옷 입고 갔더니 오빠가 나 스캔하는 것 같더라라는 빠순이의 감이 진짜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게, 이성애자 남자에게 여자 스캔은 일상적 행위라서요. 그 자리에 그 빠순이 말고도 스캔당한 빠순이 최소 몇 명은 더 있을 거예요.ㅋㅋㅋㅋ오빠가 퇴근해서 집에 가는 길에도 그 정도 여자들은 몇 명 눈에 띌 거고.ㅋㅋㅋ여자들이 길 가다 "오, 댕댕이!"하고 개 한 마리 몇 초 쳐다보며 갈 때 관심 정도의 의미밖에 없음요. 여자들은 보통 소수의 남자들에게만 성욕을 느끼기 때문에 남자가 자기에게 성적 매력 느끼는 걸 과대평가 의미부여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자의 성욕과 여자의 성욕은 기본 작동 원리가 다릅니다.

가끔 빠순이들이 SNS 에 오빠 관련 소원글을 싸지르거나 사인회 등에서 오빠에게 뭐라뭐라 요청식 멘트했다가, 또는 팬레터에 요청사항 써서 보냈다가 오빠가 후에 피드백해주는 걸 경험하고 급격히 망상에 빠질 때도 있는데요("오빠가 내 SNS 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오빠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 "오빠가 내 말을 기억하고 들어줬다, 오빠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 이것도 작은 진실을 빠순이가 자기 좋을대로 뻥 튀겨 해석하는 겁니다. 오빠는 당연히 자신에 대한 팬들의 요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만족시켜야 하는 고객님이니까요! 빠순이들이 오빠 무슨 옷 입은 게 잘 어울리더라, 혹은 무슨 제스처 귀엽더라 하면 연예인 입장에서 그 옷 한 번 더 입어주거나 그 옷 입은 사진 SNS 에 올려주고 그 제스처로 애교 한 번 더 떨어주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요. 그리고 연예인에게는 고객님 반응 모니터링하는 담당자도 붙어있어서 설사 연예인 본인은 팬들 반응 일일이 찾아볼 여력 없어도 누군가는 챙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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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망상의 특징은 보통 아예 무에서 시작하진 않는다는 거임. 진짜 조현병 걸린 빠순이면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오빠를 환각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관계 망상 앓는 빠순이들은 병리적으로 미친 게 아니라 겨자씨만큼의 진실을 자기 좋을대로 뻥튀기하는 거임. 내가 빠순판에 몸 담고서 관계 망상 빠진 빠순이들을 여러 건 봤는데 이 중 모니터로만 오빠 보다가 미친 애는 없었어. 오프 여러 번 뛰고 진짜로 걔 오빠가 걔 얼굴이 어느 정도 눈에 익을 정도까지는 됐는데 그 과정에서 오빠의 눈길이나 제스처, 반응같은 걸 뻥튀기해서 망상에 빠지는 거야. 제일 흔한 게, 오빠가 사실은 다른 빠순이들에게 두루 해주는 팬서비스인데 자기한테만 해주는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 혹은 반대로 다른 빠순이들도 다 뒤에서 오빠에게 하는 짓인데 자기만 오빠에게 그걸 해주는 걸로 착각하고 자기가 특별한 팬이라고 망상하는 경우. 이 둘이 제일 메이저함. 

관계 망상이 흔히 빠순질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된 다음에 오기 때문에 빠순이들 조심해야 됨. '나 빠순질 이제는 좀 한다' 싶을 때, 딱 그 때 발병을 하거든. 아예 초짜면 빠질 자신감도 아직 안 붙어서 관계 망상에도 안 빠짐. 오프 좀 뛰어보고, 오빠 팬서비스 받으며 계도 타 보고, 주위 신입 빠순이들이 님 계 타신 거 부럽다고 동경도 할 때 이럴 때 쯤이 정신병 걸리기 좋음.

내가 본 관계 망상 사례 중에는 내 구오빠 예스퍼의 팬도 있었는데, 문제의 빠순이는 예스퍼에게 사적으로 생일 축하 메시지도 받은 적이 있었음. 이 정도면 오빠 쪽에서도 여지를 주긴 줬고, 백퍼센트 빠순이의 망상만은 아니었다는 감이 오지? 그 빠순이가 몰랐던 건 예스퍼가 원래 팬들이랑 거리가 가까운 타입이라 다른 빠순이들에게도 비슷한 흘리기를 하고 다녔다는 사실이었음.ㅋㅋㅋㅋ근데 예스퍼도 지가 행실 잘못한 걸 깨닫고 어느 시점부터 흘리기를 관둬서 늦게 입덕한 나만 그 재미를 못 봤다고 한다......예스퍼 다음에 킨가놈 올 줄 알았음 예스퍼 때 뽕을 뽑았어야 하는 건데...니네가 머글 눈으로 봐도 킨가놈이 이번 생에 내 생일 챙길 일은 없어보이지 않냐?

세상에 '오로지 나한테만 잘하는 남자'같은 건 없음. 그건 로맨스 작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낸 구라임. 현실은 나한테 흘리는 놈은 딴 년들한테도 흘리고 다니고, 나한테 사랑꾼 짓한 놈은 다른 년 사귀어도 똑같이 행동함. 

요즘 우리 애가 쌈닭 네에 가있는데

요즘 우리 애가 쌈닭 고향은 아니고 쌈닭이 음악 감독으로 있는 미국 클래블랜드에 가있거든. 친구랑 놀겸 돈도 벌겸 겸사겸사. 근데 마침  쌈닭 고향인 오스트리아에 한국으로 치면 최순실 게이트 급인 팝콘거리 터짐.

오스트리아는 2017 년 선거 이후 보수 정당이랑 극우 정당이랑 연합 정권 이루고 있었음. 총리는 보수당 출신, 부총리는 극우당 당수. 근데 2017 년 총선 전 어느 러시아 여자가 자기가 러시아 재벌 조카딸이라고 사기를 치고는 스페인 휴양지인 이비사 섬의 별장을 빌려서 거실에 몰카 설치해놓고는 극우당 당수랑 거기서 비밀 회담을 열었음. 그 러시아 여자가 극우당에 정치 자금 지원해주겠다니까 당수는 세금 문제랑 법적 감시 피하게 제 3 의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우회해서 받겠다 하고 또 만약 러시아 재벌이 오스트리아 언론사 하나 투자해서 지분 먹어주면 이번 선거에서 우리한테 유리하게 언론전 펼칠 수 있을 거라는 소리도 했음. 그 대가로는 각종 오스트리아 정부 사업을 러시아 재벌이 유치하게 해주겠다고 딜을 제안함. 

헌데 이 회담 녹화한 몰카가 2 년 지난 지금 공개되면서 오스트리아 정계 왈칵 뒤집힘. 부총리 겸 극우당 당수는 해임 돼서 정치 생명 끝났고 연정도 붕괴해서 오스트리아 새로 선거 치르고 정부 구성한대. 정부 갈아치우게 됐으니 파장도 최순실 게이트 급이지. 대체 누가 저 사기극을 계획해서 몰카를 찍었고 왜 2 년간 묵혀놨다가 지금 터트렸는지도 말들이 무성함. 저 영상 존재는 이미 오스트리아 언론사들에 알려져 있었고 정치판 내에서도 알 사람들 다 알았는데 터트릴 타이밍 재느라 다같이 묵혀놨대.

그리고 오스트리아도 독일어 써서 언어장벽 없어서 독일인들도 열심히 팝콘 튀기며 구경 중임.ㅋㅋㅋㅋ한국이랑 일본은 서로 말이 안 통하니까 상대 나라에 뭐 터져도 번역된 일부 소식밖에 모르잖아. 독일 오스트리아는 서로 사건사고 실시간으로 공유 가능함.ㅋㅋㅋㅋㅋ뭐 터질 때마다 상대 나라 포럼에 들어가서 위로해주는 척 썅내나는 댓글 달고 다니는 것도 됨.ㅋㅋㅋㅋㅋ독일 며칠 째 저녁 메인 뉴스가 "아, 글쎄, 오스트리아에서..."로 시작 중.ㅋㅋㅋㅋㅋㅋ

쟤들이 극우당이라 평소 "오스트리아 사람이 먼저다."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던 터라 이번 일 폭로되고 극우파 주제에 나라를 러시아에 팔아먹을 작정이었냐고 쳐맞고 있음.ㅋㅋㅋㅋㅋㅋ나는 나대로 한국 출신이라 좌우가 헷갈려서 "원래 우파가 나라 팔아먹고 좌파가 민족에 집착하는 거 아녔음? 할 일 제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하다가 "아, 극우판데 나라를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에 팔아먹으려 한 게 잘못이구나."하고 납득함.ㅋㅋㅋㅋ

이번에 좆망한 극우당 당수 말야, 40 대 후반인데 마누라는 30 대 초반으로 나이 차가 있거든? 마누라가 모델 일도 했는데 결혼한지 몇 년 안 돼서 애도 아직 아기임. 다만 저 몰카 찍힐 때는 아직 애도 없이 한창 신혼일 때였어. 그리고 영상에 나온 러시아 사기꾼이 예쁘게 생겼거든. 나이 처먹고 배만 나온 남편 새끼가 이미 신혼일 적에 예쁜 러시아 여자에게 홀려서 사기나 당한 뒤 그걸로 정치 생명 끝나 개털되게 생기니까 당수 마누라 빡쳐서 애기 데리고 친정 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당수는 이번 사건 기자 회견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제가 그 영상에서 들뜬 10 대 애새끼처럼 군 건 사실인데...근데 여자가 이쁘긴 했습니다( = 내가 자지 달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여보 미안해...........지금 이거 보고 있지......................"하고 마누라에게 사죄했다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당수 새끼 자존심 다 버리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누라에게 애걸복걸하는 거 보니 마누라에게 정 있고 아직 아기인 아들 때문에라도 마누라 잃고 싶지 않은 건 맞아보임.ㅋㅋㅋㅋ아마 저 몰카 찍힐 당시에도 신혼인 마누라 사랑하는 상태긴 했을 거야.ㅋㅋㅋㅋ근데 마누라 사랑하는 거랑 별개로 그 별장에서 술상 차려놓고 예쁜 러시아 여자가 옆에 앉아 있으니까 들떠갖고 그 자리에 같이 있던 극우당 당원한테 이 여자 섹시하다고 대놓고 품평도 하고(여자는 독일어 모름) 한창 회담 하다가 다시 동료 당원한테 "재벌녀라는데 발톱 정리가 안 되어 있네...?"하고 나름 이거 사기 아니냐고 의심도 함.ㅋㅋㅋㅋㅋ이 병신 새끼가 여자 발톱까지 스캔을 한 거임.ㅋㅋㅋㅋㅋㅋㅋ마누라 빡쳐서 애 업고 친정갈만한 거 인정?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처음에 저놈이 여자 발톱 보고 잠시 사기를 의심했었다는 소리 듣고 "발톱을 굳이 스캔했다니 이 새끼 그 여자한테 꼴렸었나? 아님 혹시 발 페티쉬?"했는데 대놓고 섹스 스캔들은 아니었음에도(러시아 여자랑 회담만 하고 그 외 관계는 없었음) 마누라가 빡쳐서 친정 갔다기에 꼴린 거 맞았구나 함.ㅋㅋㅋㅋㅋㅋㅋ참...우리 오빠가 맨발로 공연한 영상물 있어도 난 우리 오빠 발톱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남자들 이럴 때 주의력과 시력은 정말 경이로움.

그리고 문제의 별장은 하룻밤에 천 유로가 넘는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에어 비앤비에도 올라와 있어 일반인들도 예약이 가능한데 이번 사건으로 급유명해져서 집주인 뜻밖의 개이득.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론에서 방이 몇 개고 욕실이 몇 개고 지붕 위에도 일광욕 할 수 있는 의자가 있고 어쩌고 존나 상세히 홍보해줌.ㅋㅋㅋㅋㅋㅋㅋ예약하면 웰컴 드링크는 공짜라는 것까지 기사로 뜨더라.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쌈닭이 어느 당 지지자인지는 모르겠는데 걔가 평소 난민 후원 음악회같은 거 하고 다니던 걸로 봐서 절대 극우 지지자는 아니거든?ㅋㅋㅋㅋㅋ걔 지금 미국에서 자기 나라 뉴스 따라가느라 정신 없을 거임.ㅋㅋㅋㅋㅋ그래서 난 걔가 우리 애한테도 팝콘 제대로 먹는 법 가르쳐줬음 좋겠음.ㅋㅋㅋㅋㅋㅋ웃긴 뉴스 뜰 때마다 영어로 우리 애한테 설명도 해주고 포인트도 딱딱 잡아주고.ㅋㅋㅋㅋㅋㅋ우리 애 예전에도 쌈닭 본다고 클래블랜드 갔어서 관광은 더 할 것도 없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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